개장수를 따돌리고 먼 길을 찾아 스스로 돌아왔던 나의 첫 반려견 진돗개 쫑이의 충성심
1. 학교가 끝나면 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여름이, 구름이 와 아파트뒷산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여름이 구름이가 즐겁게 뛰어다니며 둘이 즐거운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늘 즐거웠습니다. 가방을 마당에 던져두기가 무섭게 쫑이가 달려와 온몸을 비벼댔거든요. 이름은 쫑이. 우리 집 마당을 지키던 진돗개였습니다.
쫑이와 나는 매일 함께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뒷산을 누비는 날이면 쫑이는 항상 앞장서서 길을 텄고, 내가 넘어지면 달려와 얼굴을 핥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쫑이는 친구이자 형이자, 든든한 보디가드였습니다.
2. 어느 날, 쫑이가 사라졌다
쫑이가 다섯 살쯤 됐을 무렵이었습니다. 내 나이 열두 살 때의 일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마당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습니다. 언제나 나를 먼저 알아채고 달려 나오던 쫑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엄마, 쫑이 어디 갔어? 안 보이네.”
어머니는 하던 일을 계속하시며 아무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한 번, 두 번, 계속 여쭤봐도 대답이 없으셨습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어머니 입에서 짧은 한 마디가 나왔습니다. 개장사에 팔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그런 일이 드물지 않았습니다. 먹고사는 것이 빠듯하던 때였으니까요.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가슴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면서 개장수가 떠났다는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이미 멀리 가버린 뒤였습니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울다가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어머니가 많이 원망스러웠습니다.
3. 쫑이가 스스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났을까요. 멀리서 컹컹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귀에 익은 소리였습니다. 설마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봤습니다. 쫑이였습니다. 쫑이가 스스로 개장수를 따돌리고 집으로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나는 쫑이를 끌어안고 뒷산으로 올라가 숨었습니다. 개장수가 다시 데리러 올까봐 밤이 깊도록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한참이 지나 어머니 동태를 살피며 살금살금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뒤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뭐 하고 있어?”
깜짝 놀라 쫑이를 안고 다시 도망치려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도망 안 가도 된다.”
4. 어머니도 결국 쫑이 편이 되어 주셨다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개장수가 다시 집으로 찾아왔다고 합니다. 팔았던 개가 도망쳐서 이 집으로 왔냐고 묻더랍니다. 어머니는 아들이랑 산으로 도망갔다고 하셨고, 개장수는 그런 개는 필요 없다며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선뜻 돈을 돌려주시며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셨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습니다. 그날 밤, 쫑이에게 맛있는 밥을 듬뿍 챙겨주고 어머니께 다시는 쫑이한테 그러지 마시라고 단단히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는데 꿈속에서도 쫑이가 사라졌다 나타나는 꿈을 몇 번이나 꿨습니다. 그만큼 열두 살 그 아이에게는 하루 종일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5.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쫑이 생각을 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열두 살 소년이 개장수가 간 방향으로 울면서 달려가던 그 골목길, 밤새 뒷산에서 쫑이를 끌어안고 버티던 그 어둠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진돗개는 한 번 주인으로 인정하면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쫑이가 그날 개장수를 따돌리고 스스로 집으로 달려온 것도 그 본능이었던 것 같습니다. 낯선 사람에게는 절대 마음을 열지 않고, 자기 주인 곁으로 돌아오는 것. 그것이 진돗개가 수천 년을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쫑이는 그 뒤로 오래오래 우리 곁을 지키다가 수명을 다했습니다. 장례도 뒷산 양지 바른곳에 치러줬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다시 개를 키우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트라우마가 마음 한 켠에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구름이와 여름이를 보면서, 가끔 그 시절 쫑이가 겹쳐 보일 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