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주 서귀포의 00 호텔 리모델링 공사 중 취미로 찾은 모슬포의 맛

현장을 20년 넘게 하면서 수많은 건물을 세웠지만, 지난 2013년 제주도 서귀포의 호텔 공사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히 건물을 새로 올리는 신축이 아니라, 기존 건물의 뼈대만 남기고 모든 것을 새로 바꾸는 대규모 리모델링 프로젝트였기 때문입니다.

기존 도면은 참고일 뿐, 현장에 맞추어 공사를 해야만 하였다

리모델링 공사를 할 경우,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철거 현장을 보면서 많은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기존 건물의 낡은 도면과 새롭게 설치할 신설 도면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도면에는 비어있어야 할 공간에 거대한 기둥이 버티고 있기도 합니다. 배관이 지나가야 할 자리를 콘크리트 보가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럴 때는 맞지도 않는 낡은 도면과 씨름하는 대신, 곧바로 줄자를 들고 현장으로 나서는 것이 맞습니다. 현장 구석구석을 직접 누비며 실측(실제 치수를 꼼꼼하게 재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얻은 정확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Shop Drawing(실제 공사를 위해 현장 상황에 맞춰 자세하게 그리는 시공 상세도)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장애물을 피해 배관 경로를 우회시키고, 좁은 틈새를 1cm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도면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현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시공 상세도가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안전하고 정확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남풍이 가장 먼저 닿는 곳, 모슬포항의 거친 바다

현장에서 Shop Drawing 상세 시공 도면을 수정하며 쌓인 피로감을 사르르 녹여주던 곳은 바로 모슬포항이었습니다.
모슬포항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가장 먼저 닿는 곳입니다. 바다 위 칼바람도 무섭지만, 바닷물 밑의 조류(물살)가 엄청나게 세기로 이름이 높습니다.
거친 물살을 이겨내며 헤엄치다 보니 뼈가 억세게 발달하고, 고기의 육질이 아주 단단하고 쫄깃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미식가들을 사로잡는 모슬포의 보물, 방어와 자리돔

11월부터 이듬해 2월, 한라산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일 때면 모슬포항은 방어의 천국이 됩니다. 차가운 바다를 견디며 몸속에 가득 채운 기름기는 고소함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방어 못지않게 내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은 자리돔입니다. 거친 환경 탓에 씨알이 굵고 뼈가 억센 모슬포 자리돔은 구이나 조림으로 요리했을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굵은소금을 툭툭 뿌려 숯불에 구워내는 자리구이는 냄새부터가 예술입니다. 불길에 녹아내린 기름기가 배어 나오는 머리 부분을 씹을 때의 고소함은, 현장에서의 고단함을 씻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세꼬시 또한 오독오독 씹히는 강렬한 식감 뒤에 찾아오는 깊은 고소함은 제주의 참맛 그 자체였습니다.

현장의 땀방울, 그리고 단단해진 삶

벌써 13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모슬포 방파제에서 동료들과 낚시로 낚아 올린 자리돔으로 즐기면서 회식을 하던 고소한 맛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리모델링 현장에서 낡은 뼈대 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으려면,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면을 유연하게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현장에서 배운 도면 불일치 해결 3단계

리모델링 현장에서 기존 도면과 신설 도면이 맞지 않을 때의 작업 순서를 적어 봤습니다.

현장 정밀 실측 진행: 맞지 않는 기존 도면을 확인하며 직접 줄자와 측정 기구를 들고 현장으로 가서, 정확한 치수와 장애물을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Shop Drawing(시공 상세도) 수정 보완: 직접 측정한 진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면을 다시 수정합니다. 현장 작업자들이 헷갈리지 않고 바로 시공할 수 있도록, 아주 상세하고 정확한 시공 도면을 작성합니다.

현장 맞춤형 시공 실시: 해당 공정에 맞는 기술자가 수정된 도면대로 시공하면, 오차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현장이라는 곳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은퇴한 지금도 그때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공사 현장의 땀 냄새와, 모슬포 방파제에서 동료들과 나눠 먹던 자리돔 구이의 고소한 냄새가 함께 겹쳐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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