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골초였던 내가 20년째 담배를 끊은 이유
1. 억울해서 시작한 담배, 군대에서의 악연
블로그 작성을 하다가 우연히 군생활과 담배 생각이 나면서 오늘은 이 내용을 써야 되겠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습니다.
내 흡연의 시작은 1970년대 군대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군대는 매일같이 이어지는 서슬 퍼런 규율로 숨이 막히던 곳이었습니다. 이등병 시절, 잘하든 못하든 매를 맞아야 하루가 끝났고, 맞고 나서야 “오늘 하루 일과가 끝났구나”라고 안심하며 잠들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시절 선임을 잘 만났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지만 참 비루하고 서글픈 날들이었습니다.
그때 군에서는 이틀에 한 번씩 담배나 사탕을 보급해 줬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던 나는 사탕을 받았는데, 선임 중 한 명이 “남자가 무슨 사탕이냐, 담배를 타서 나한테 가져와라”라고 말을 했습니다. 처음 몇 달은 줬습니다. 그런데 그게 반복되자 내 안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럴 바엔 나도 피우겠다’는 오기로 담배를 집어 들었습니다. 처음엔 기침이 나오고 어지러웠지만, 그때에는 담배를 피우면 잠시나마 시름을 달래주는 유일한 출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28년 악연의 시작이었습니다. 군대에서 그런 이유로 시작한 담배가, 제대를 하고도 계속 피우게 되었습니다.
2. 하루 2갑, 28년이라는 지독한 세월
사회에 나와 건설 현장의 힘든 생활 속에서 나는 어느새 하루 2갑을 피워대는 골초가 되어 있었습니다. 빡빡한 공정을 이어가다 보면 긴장되는 현장 생활에서 잠시 휴식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를수록 기침이 잦아지고 가래가 생겨서 목이 아프기도 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날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래도 쉽게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니코틴이라는 것이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해만 되면 끊어 보려고 다짐도 했지만 중독된 상태에서 의지만으로 버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끊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하실 것 같습니다.
연초마다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들은 주변에 늘 있었지만, 십중팔구는 결국 다시 라이터를 켰습니다. 어디서든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던 시절이라 유혹은 도처에 널려 있었고, 나 역시 그 흐름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끊겠다고 마음먹다가도 현장에서 동료가 건네는 담배 한 개비에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습니다. 담배를 끊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28년을 보내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3. 유혹을 정면으로 마주하다, 운전대 위의 ‘디스(THIS)’
20년 전 어느 날, 나는 조용히 결단을 내렸습니다. 피우다 남은 담배를 미련 없이 찧어버렸습니다. 그런데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 담배 ‘디스(THIS)’ 2갑을 사서 자동차 운전대 앞에 얹어놓았습니다. 담배를 치우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내가 가장 즐겨 피우던 담배를 바로 눈앞에 두고도 내 의지가 이길 수 있는지 스스로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유일하게 납득이 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싸우려면 적을 눈앞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도망치는 것과 이기는 것은 분명히 다르니까요.
“내 눈앞에 이 디스가 있어도, 나는 절대 피우지 않는다.”
운전할 때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그 담배 2갑을 보며 매일 나 자신과 싸웠습니다. 처음 며칠은 손이 저절로 그쪽으로 가려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 유혹을 숨기거나 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압도하겠다는 배짱으로 버텼습니다. 그것은 누가 시킨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정면승부였습니다. 지금도 그 며칠이 금연의 가장 큰 고비였다고 생각합니다.
4. 20년의 승리, 이제는 냄새조차 역겹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금연이 벌써 20년이 흘렀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때 운전대 앞에 두었던 그 담배 2갑을 지금까지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누군가는 왜 아직도 가지고 있느냐고 묻겠지만, 나에게 그것은 내가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한 일종의 승전 기념품입니다. 담배를 이긴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이겼다는 증거라고 해야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담배 냄새만 맡아도 몸이 먼저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건강도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계단 몇 층만 올라도 숨이 찼는데, 요즘은 복싱체육관에서 하루 두 시간씩 운동해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20년의 세월이 몸을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줄은 솔직히 미처 몰랐습니다. 아직 금연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그 변화를 한 번쯤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