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 폐허뿐이었던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진짜 원동력
나는 건설 현장에서 40년을 보낸 사람입니다. 삽 들고 땅 파던 시절부터 현장 소장으로, 그리고 본사 임원으로 마무리하기까지의 긴 시간. 폐허 같았던 조국이 어떻게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이룩해 왔는지를 온몸으로 겪어온 세대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우리나라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1. 조선의 장인은 “쟁이”라 불리며 멸시받았다
조선시대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합니다. 그 시절 나라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던 사람들은 양반이 아니었다고 봐야 합니다. 집을 짓고, 돌을 깎고, 쇠를 다루던 묵묵한 기술자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을 뭐라 불렀는지 아십니까. 목수쟁이, 석수쟁이, 대장쟁이라고 불렀습니다. “쟁이”라는 한 글자에 깊은 멸시가 담겨 있었던 것이죠.
반면 양반들은 비가 와도 뛰지 않았다고 합니다. 뛰면 체면이 깎인다는 이유에서 장맛비를 홀딱 맞으면서도 걸어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입니다. 실용보다 체면을 중시했던 양반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절 서민, 즉 양인은 법적으로는 과거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어떤 집에서는 아버지가 책을 읽고 계신 경우가 있었습니다. 양반들은 글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었고, 스승과 서책과 정보가 모두 그들에게 쏠려 있었습니다. 반면 양인은 낮에 농사를 짓고 밤에 공부를 해야 하는 처지였으니, 합격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정보력과 경제력이 있어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셈입니다.
2. 전쟁의 폐허에서 시작한 기적, 대한민국 경제 발전
그런 신분의 굴레를 거쳐 지금의 대한민국이 됐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남긴 것이라고는 거의 없었습니다. 자원도 없고, 땅도 좁고, 식민지와 전쟁을 차례로 겪은 상처투성이 나라였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봤을 때 “저 나라가 뭘 할 수 있겠어” 하며 비관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세대가 그것을 바꿔놨습니다. 내가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던 그 시절, 전국 곳곳에서 도로가 깔리고 교량이 세워지고 거대한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현대화의 방향을 잡았으며, 실제로 그 뜨거운 현장을 일구어낸 것은 우리 세대였다고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눈부신 대한민국 경제 발전이었습니다.
3. “빨리빨리”는 단순한 성격이 아닌 생존의 시스템이었다
이 치열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우리 민족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라고 봅니다. 처음에는 살아남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나면서 빠름이 온몸에 배었고, 이제는 그것이 국가의 시스템 자체를 바꿔놨습니다.
안경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유럽에서는 안경을 맞추면 일주일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5분이면 됩니다. 은행 업무, 병원 진료, 인터넷 속도, 배달 문화까지 모든 것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릅니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3년을 살았던 외국인이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속도에 한번 익숙해지면 다른 나라의 느림을 견디기 어렵다는 거지요.
4. 관성의 법칙처럼 굴러가는 한국의 멈출 수 없는 에너지
이제는 이 빠름이 관성의 법칙처럼 스스로 굴러가고 있다고 봅니다. 더 이상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빠르게 움직이는 구조가 완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지금은 방위산업, 우주항공, 반도체, 조선 등 최첨단 분야에서 엄청난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끈질긴 국민성을 다른 나라가 절대 따라 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겉보기 시스템은 복사할 수 있어도, 수십 년에 걸쳐 몸에 밴 DNA는 복사가 안 됩니다. 브라질 사람들의 특유의 축구 감각을 하루아침에 가르쳐서 만들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5. 빛나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 그 명과 암은 함께 온다
물론 이 엄청난 속도의 발전에는 어두운 면도 따라왔습니다. 빠름이 당연해지다 보니 조금만 늦어도 불만이 터집니다. 경쟁이 극심해지고, 쉬는 것을 죄악처럼 여기는 삭막한 문화도 생겼습니다.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오는 동안 우리 주변의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도 뼈아픈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든 발전에는 항상 명과 암이 함께한다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밝은 빛을 살리되 어두운 그림자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성숙하게 풀어야 할 다음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6. 앞으로의 50년이 진짜다: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일
자원도 없고 땅도 좁은 나라가 전쟁 폐허에서 출발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이것은 땅이 해준 것이 아닙니다. 묵묵히 땀 흘린 ‘사람’이 해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근면 성실함과 빠름의 DNA는 지금 세대에게도 굳건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50년, 이 거대한 탄력을 받은 대한민국이 어디까지 뻗어갈지 솔직히 나도 궁금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모든 위대한 역사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우리에게는 그 위기를 돌파할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