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유튜브

은퇴 후 시작한 유튜브, 한 달 만에 조회수 39만

## 40년 만에 생긴 빈 시간

은퇴 후 유튜브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 사이에 변천사가 참 많았습니다. 방향도 바꿔보고, 소재도 바꿔보고, 잘 안 된다 싶어 접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제야 조금씩 길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40년 가까이 건설 현장에서 일했습니다. 현장 소장으로 마지막 공사를 마무리하고 나서, 짐을 정리하고 나오던 날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상하게 홀가분하다기보다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바쁘게만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시간이 생기면 오히려 막막해지더군요.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내가 살아오면서 보고 들은 것들, 알고 있는 것들을 누군가와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유튜브가 쉽지 않다고 했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뭔가 해보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조회수 10, 그리고 몇 달

은퇴 후 유튜브 처음에는 영상 하나를 올려도 조회수가 10이나 20이 전부였습니다. 공들여 찍고 편집했는데 아무도 안 본다 싶으면 솔직히 기운이 빠집니다. 그래도 올렸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구독자는 300명대를 맴돌았고,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방향을 하나로 좁히고 나서

그러다 콘텐츠 방향을 바꿨습니다. 여러 주제로 이것저것 만들던 걸 멈추고, 한국 역사 야담 쇼츠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어사 박문수, 봉이 김선달, 정조와 심환지처럼 우리가 어릴 때부터 어렴풋이 들어온 이름들이 소재였습니다.

거창한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3분 안에 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어릴 적 어른들한테서 들었던 이야기, 책에서 읽은 구절들이 소재가 됐습니다. 막연히 역사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이었고, 그걸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살아온 세월이 오히려 도움이 된 셈입니다.

그랬더니 숫자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은퇴 후 유튜브를 지난 28일 동안 채널 조회수가 39만 회를 넘었습니다. 이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99%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유튜브 스튜디오가 알려주더군요. 구독자도 345명에서 1,059명으로 늘었습니다. 한 달 사이에 3배가 됐습니다.

끝까지 보고, 또 다시 보고

가장 많이 본 영상은 정조 임금과 심환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 영상 하나가 88,000회 넘게 조회됐는데, 시청 지속률이 99.6%였습니다. 보기 시작한 사람 대부분이 끝까지 봤다는 뜻입니다.

어사 박규수가 친구 아버지를 파직한 결단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 34,927회에 시청 지속률이 120%를 넘었습니다. 100%를 넘는다는 건 같은 영상을 반복해서 본 사람이 있다는 의미라고 하더군요. 봉이 김선달이 탐관오리를 혼내주는 이야기도 32,000회를 넘겼습니다. 댓글에 “어릴 때 할머니한테 들은 이야기 같다”고 쓰신 분이 있었는데, 그 댓글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역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수치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든 생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역사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오래전 사람들이 살아낸 방식, 의리나 결단, 재치 같은 것들에서 지금 자기 삶을 비춰보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영상을 끝까지 보고 다시 찾아오는 은퇴 후 유튜브 분들의 반응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 유튜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요즘 은퇴 후 유튜브 얘기를 하다 보면 채널이 갑자기 폐쇄됐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습니다. 단순히 소문이 아니라 실제로 규모가 꽤 됩니다. 유튜브 공식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단 3개월 동안에만 210만 개가 넘는 채널이 폐쇄됐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2만 3,000개꼴로 사라진 셈입니다.

원인이 뭔지 찾아봤더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건 스팸과 기만행위였고, 그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것이 저품질 반복 콘텐츠였습니다. 기존 영상을 짜깁기하거나 AI 음성만 얹어 비슷한 영상을 대량으로 찍어낸 채널들이 대거 퇴출됐다고 합니다. 유튜브가 2025년 7월부터 독창성과 진정성이 없는 콘텐츠는 수익 창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기준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양만 많고 내용이 없는 채널은 이제 버티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플랫폼이 그걸 걸러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이 뉴스를 보면서 묘하게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은퇴 후 유튜브 내가 만드는 역사 야담 콘텐츠는 짜깁기도 아니고 AI 음성만 덮어씌운 것도 아닙니다. 직접 이야기를 찾고, 흐름을 다듬고, 목소리를 입힙니다. 그게 맞는 방향이었다는 걸 유튜브 정책이 거꾸로 확인해준 것 같아서입니다.

늦었다는 말에 대하여

나이 들고 나서 은퇴 후 유튜브를 시작하면 늦었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나도 한동안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알고리즘이 어떻고, 편집 기술이 어떻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수로 경쟁하느냐고.

지금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살아온 시간이 길어야 이런 이야기들이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진심으로 느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은퇴 후 유튜브 구독자 1,059명이면 이제 막 걸음마라는 걸 나도 압니다. 그래도 한 달 전과 지금은 다릅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누구에게 닿고 싶은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은퇴하고 나서 새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반응이 오는 게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납니다.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조금씩 더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옛말에 고진감래라 했는데, 지금 나한테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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