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수를 따돌리고 먼 길을 찾아 스스로 돌아왔던 나의 첫 반려견 진돗개 쫑이의 충성심
진돗개는 한 번 주인으로 인정하면 끝까지 곁을 지킨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내가 키우던 진돗개 쫑이는 그 말이 빈말이 아님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준 개였다. 진돗개 충성심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쫑이처럼 개장수를 스스로 따돌리고 먼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온 사례는 지금도 내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지금 구름이와 여름이를 키우면서 그 시절 기억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 한국을 대표하는 견종인 진돗개 충성심이 얼마나 각별한지, 쫑이가 직접 보여주었다.
학교가 끝나면 쫑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여름이, 구름이와 아파트 뒷산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두 녀석이 즐겁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설레었다. 가방을 마당에 던져두기가 무섭게 쫑이가 달려와 온몸을 비벼댔다. 이름은 쫑이. 우리 집 마당을 지키던 진돗개였다. 잡종도 아니고 순수 진돗개였는데, 어디서 구해오셨는지 어머니께 여쭤봤지만 그냥 웃기만 하셨다.
쫑이와 나는 매일 함께 산으로 들로 뛰어다녔다.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뒷산을 누비는 날이면 쫑이는 항상 앞장서서 길을 텄고, 내가 넘어지면 달려와 얼굴을 핥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쫑이는 친구이자 형이자 든든한 보디가드였다.
어느 날, 쫑이가 사라졌다
쫑이가 다섯 살쯤 됐을 무렵이었다. 내 나이 열두 살 때의 일이다.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마당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언제나 나를 먼저 알아채고 달려 나오던 쫑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하던 일을 계속하시며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한 번, 두 번, 계속 여쭤봐도 대답이 없으셨다. 한참이 지나서야 어머니 입에서 짧은 한 마디가 나왔다. 개장사에 팔았다는 것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런 일이 드물지 않았다. 먹고사는 것이 빠듯하던 때였으니까.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가슴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면서 개장수가 떠났다는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멀리 가버린 뒤였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울다가 발길을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어머니가 많이 원망스러웠다.
진돗개 충성심, 쫑이가 스스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몇 시간이 지났을까. 멀리서 컹컹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귀에 익은 소리였다. 설마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쫑이였다. 진돗개 충성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쫑이가 스스로 개장수를 따돌리고 먼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나는 쫑이를 끌어안고 뒷산으로 올라가 숨었다. 개장수가 다시 데리러 올까봐 밤이 깊도록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 어머니 동태를 살피며 살금살금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뒤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 안 가도 된다는 말에 그제야 숨을 돌렸다.
어머니도 결국 쫑이 편이 되어 주셨다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개장수가 다시 집으로 찾아왔다고 한다. 팔았던 개가 도망쳐서 이 집으로 왔냐고 묻더랍니다. 어머니는 아들이랑 산으로 도망갔다고 하셨고, 개장수는 그런 개는 필요 없다며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선뜻 돈을 돌려주시며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셨다.
그날 밤, 쫑이에게 맛있는 밥을 듬뿍 챙겨주고 어머니께 다시는 쫑이한테 그러지 마시라고 단단히 약속을 받아냈다. 꿈속에서도 쫑이가 사라졌다 나타나는 꿈을 몇 번이나 꿨다. 그만큼 열두 살 그 아이에게는 하루 종일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던 것 같다.
진돗개 충성심이 특별한 이유 — 우리 민족과 함께한 수천 년의 역사
진돗개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한국 고유의 견종이다.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진돗개 충성심과 귀소 본능이 가장 큰 이유라고 알려져 있다. 낯선 사람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한 번 주인으로 인정한 사람에게는 죽을 때까지 충성한다는 것이 진돗개의 특성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주인 곁을 떠났다가 수백 킬로미터를 걸어 돌아왔다는 진돗개 이야기가 여러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진돗개의 귀소 본능은 후각과 방향 감각이 매우 뛰어난 데서 비롯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낯선 환경에서도 자신이 살던 곳을 정확하게 찾아온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쫑이가 그날 개장수를 스스로 따돌리고 집으로 달려온 것도 그 진돗개 충성심의 본능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유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쫑이 생각을 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열두 살 소년이 개장수가 간 방향으로 울면서 달려가던 그 골목길, 밤새 뒷산에서 쫑이를 끌어안고 버티던 그 어둠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쫑이는 그 뒤로 오래오래 우리 곁을 지키다가 수명을 다했다. 장례도 뒷산 양지 바른 곳에 치러줬다. 그 이후로는 다시 개를 키우지 않았다. 그때의 기억이 마음 한켠에 남아있었던 것 같다. 지금 구름이와 여름이를 보면서 가끔 그 시절 쫑이가 겹쳐 보일 때가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진돗개 충성심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매일매일 속에서 느끼는 것이라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