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 남도 목포, 강진, 신안 1박 2일
광명역에서 목포까지, 여행의 시작
남도여행을 떠나기로 한 주말 아침, 기차표 한 장 들고 광명역에서 KTX에 올랐다. 창밖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며 일상의 복잡한 생각들을 하나씩 내려놓았다. 얼마를 달렸을까, 드디어 호남선의 끝인 목포역에 도착했다. 역사를 나서는데 갯내음 섞인 남도의 바람이 훅 끼쳐왔다.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했다.
목포 해상케이블카 다도해가 발아래 있다
첫 목적지는 목포 해상케이블카였다. 공중에 매달려 바라보는 다도해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시원했다. 유달산의 거친 바위들을 발아래 두고 고하도까지 건너가는 길,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내내 가슴이 탁 트였다. 멀리 보이는 목포대교를 눈에 담으며 잠시 숨을 골랐다. 남도여행의 첫 장면으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 같았다.
강진 무위사 천년 고찰의 고요함
목포를 떠나 차를 몰고 강진으로 향했다. 월출산 자락을 따라 들어가니 깊은 곳에 자리한 무위사가 나타났다. 천년 고찰이라는 수식어답게 국보 극락보전 앞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이따금 들리는 바람종 소리 외에는 사방이 적막했다. 누구를 가르치거나 앞만 보고 달리던 바쁜 걸음을 멈추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록다원 강진녹차밭 10만 평의 초록빛
무위사에서 나와 멀지 않은 설록다원 강진녹차밭으로 걸음을 옮겼다. 월출산의 기암괴석 아래로 무려 10만 평의 초록빛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녹차 이랑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깊은 숨을 쉬었다. 풀내음 덕분인지 머릿속이 맑아졌다. 남도여행 중 이렇게 광활한 초록빛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가우도 출렁다리 첫날의 마무리
첫날의 마지막은 강진만의 가우도 출렁다리였다. 다리 아래로 찰랑이는 바다를 보며 걷는 맛이 쏠쏠했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섬을 한 바퀴 크게 돌았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풍경을 뒤로하고 다시 목포로 돌아와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이며 첫날의 긴 여정을 갈무리했다.
비금도·도초도 때 묻지 않은 섬의 투박함
이튿날 아침은 일찍부터 서둘러 신안의 섬들로 향했다. 배를 타고 들어간 비금도와 도초도는 육지와 다르게 때 묻지 않은 투박한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차를 타고 섬 구석구석을 도는 육로 관광을 했다. 하트 모양의 해변도 보고, 울창한 팽나무들이 늘어선 숲길도 걸었다. 거친 바닷바람을 묵묵히 견뎌낸 섬마을의 풍경을 보며 마음이 차분해졌다. 남도의 바다와 섬, 고찰과 녹차밭이 어우러진 이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남도의 바다와 섬, 고찰과 녹차밭이 어우러진 이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시 오고 싶다.
신안 퍼플섬 보라색이 바다와 어우러진 아름다움
이번 여정의 마지막 행선지는 반월도와 박지도를 잇는 퍼플섬이었다. 섬 입구부터 다리, 지붕, 길가의 작은 꽃들까지 눈에 닿는 모든 곳이 보라색이었다. 인위적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퍼플교 위를 걸어보니 바다와 묘하게 잘 어우러졌다. 보랏빛 길을 걷는 동안 마음속 잡념들이 바다 너머로 조용히 쓸려 내려가는 것 같았다. 남도여행의 마지막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정갈한 남도 음식으로 든든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1박 2일 동안 가득 채운 기억들을 배낭에 담아 집으로 향했다. 목포에서 강진, 신안까지 이어지는 남도여행 코스는 바다와 자연, 역사가 함께 어우러진 길이었다. 언제 다시 와도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여독과 땀방울이 남긴 것
그렇게 집에 돌아온 다음 날 아침,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았지만 평소처럼 체육관으로 가 글러브를 꼈다. 샌드백을 치는데 나도 모르게 다리에 유독 힘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주말 내내 수많은 명소를 발로 밟았던 여독에, 오늘 흘린 뜨거운 땀방울이 겹치면서 결국 온몸에 묵직한 몸살 기운이 찾아왔다.
팔다리가 쑤시고 몸은 무겁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개운하다. 이 뻐근한 통증은 내가 지난 주말과 오늘 하루를 꾀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열정적으로 살아냈다는 몸의 정직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전해 들은 지식을 짜깁기한 딱딱한 글보다, 내 발로 직접 밟고 내 몸이 기억하는 감각을 적는 글이 진짜 내 글이다. 이 피로는 아픔이라기보다 마음을 가득 채운 뒤 찾아온 기분 좋은 쉼표에 가깝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내 몸의 소리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상황에 맞게 물러설 줄도 아는 지혜를 배우는 과정일 것이다. 링 위에서 상대의 주먹을 유연하게 흘려내듯, 몸이 힘들 때는 침대 속으로 깊숙이 물러나는 여유도 필요하다.
치열하게 달린 날이 있다면, 그만큼 온전하게 쉬어가는 날도 있어야 삶의 균형이 맞는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창한 자랑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을 다독이고 남겨두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따뜻한 차 한 잔 마시고 일찍 불을 꺼야겠다. 남도의 잔잔한 파도 소리와 은은한 보랏빛 풍경을 떠올리며 깊은 잠을 청해본다. 내일 아침에는 조금 더 단단해진 몸과 마음으로 깨어나기를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