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인 내가 직접 설계하는 ‘간단하지만 꼭 지켜야 하는 전원주택’의 조건
1. 뱀과 벌레를 막으려면 기초 콘크리트 높이와 재질이 핵심입니다
전원주택을 처음 시공할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 원칙은, 기초 콘크리트를 지면에서 최소 40cm에서 50cm 이상 높게 타설하는 것입니다. 도심의 아파트와 달리 전원주택은 산이나 숲과 가까이 있어 습기와 벌레, 특히 뱀의 침입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뱀은 몸 길이를 이용해 자기 몸의 절반 높이까지 타고 올라올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기초 콘크리트를 높게 올릴 뿐만 아니라, 외벽 면을 유리나 매끄러운 타일 같은 재질로 마감하는 것을 권합니다. 뱀의 비늘은 거친 면을 움켜쥐며 올라가지만, 유리처럼 매끄러운 표면에서는 접지력을 잃고 미끄러지기 때문입니다. 턱을 높이고 매끄러운 재질로 보강해 두면, 뱀이나 해충이 집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뱀이 휘발유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도 알아두면 나쁘지 않은 정보입니다.
2. 단열이 전원주택의 기본입니다
많은 사람이 은퇴 후 전원주택을 꿈꿀 때, 뾰족한 지붕과 넓은 통유리 창문만 떠올립니다. 하지만 수많은 건물이 지어지고 허물어지는 것을 현장에서 봐온 내가 가장 깐깐하게 들여다보는 것은 단열입니다. 단열은 집 안의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막고, 바깥의 찬 공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공사입니다.
아무리 외관이 수려한 집이라도 벽체 속에 보온재를 제대로 채워 넣지 않으면, 겨울에는 냉장고가 되고 여름에는 찜질방이 됩니다. 전원주택은 아파트처럼 옆집에서 온기를 나눠주지 않기 때문에 사방에서 바람이 들이칩니다. 59년생인 내가 직접 집을 지을 때는 화려한 조명이나 비싼 외제 타일보다, 두툼하고 성능 좋은 단열재에 예산을 가장 먼저 배정할 것입니다. 창문 역시 단열 성능이 뛰어난 시스템 창호를 써야 노후에 난방비 걱정 없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마당은 내가 웃으며 관리할 수 있는 크기만큼만 만들어야 합니다
“은퇴하면 넓은 잔디마당에서 강아지도 키우고, 주말마다 고기도 구워 먹어야지.” 내 친구들도 술자리에서 늘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평생을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쳐 온 나의 솔직한 생각은, 마당이 너무 넓으면 노후에 골병만 든다는 것입니다.
전원생활의 현실은 다큐멘터리처럼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여름철 비가 한번 오고 나면 뒤돌아서는 순간 잡초가 무릎까지 자라납니다. 그 넓은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다 보면 여유는 사라지고, 매일이 뙤약볕 아래 막노동이 되고 맙니다. 무릎과 허리를 보호해야 할 나이에 풀뽑기에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내가 설계하는 전원주택의 마당은, 주말 아침에 기분 좋게 땀 흘리며 상추 몇 포기와 토마토를 키울 수 있는 아담한 텃밭이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관리가 필요 없는 데크를 깔거나 자갈로 덮어두는 편이 훨씬 현명한 것 같습니다.
4. 보이지 않는 설비 공사를 가장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집의 진짜 수명은 눈에 보이는 벽지나 가구가 아니라, 벽 속과 바닥 밑에서 결정됩니다. 사람 몸에 핏줄이 있듯, 집 구석구석 물과 전기를 보내주는 배관 공사가 집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도와 하수 배관은 한 번 잘못 시공하면 나중에 바닥과 벽체를 다 뜯어내고 다시 공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겨울철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졌을 때 수도관이 얼어 터지는 동파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전원주택을 지을 때 수도관 보온을 각별히 챙기고, 물이 원활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배관의 기울기, 이른바 구배를 100분의 1로 깐깐하게 잡아서 시공합니다. 특히 급수와 급탕 배관은 이 기울기를 확실히 확보해야 합니다. 겨울에 집을 오래 비울 때 배관 내부의 물을 완전히 빼내는 드레인 작업이 가능해야, 물이 고여 얼어 터지는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튼튼하게 깔아둔 배관이 평생의 편안함을 보장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5. 화려한 복층보다 단층 구조가 노후에 훨씬 편합니다
전원주택 분양 광고를 보면 꼭 2층으로 올라가는 멋진 나무 계단이 등장합니다. 보기에는 참 좋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니어 세대에게는 집을 지을 거라면 단층이 편하다고 권하고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 무릎부터 신호가 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청소하거나 물건을 가지러 1층과 2층을 오르내리는 일은, 60대 후반부터는 무릎 연골에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게다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집 안에서 꽤 많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계단 면적을 없애는 대신 1층 거실이나 방을 훨씬 넓고 시원하게 빼는 것이 실생활에서는 백 번 낫습니다. 2층을 꼭 원한다면 창고나 다용도실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생활 동선이 단순하고 편안한 공간이 나이 든 나를 위한 최고의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