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당뇨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시작한 복싱운동

현장이 운동이었던 시절

오늘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많이 했다,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맑고 상쾌했다. 복싱 운동을 새로 시작한 지 3개월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 몸이 솔직해진다고 했던가. 건설 현장에서 40년 가까이 일하는 동안은 몸을 쓰는 게 일이었으니 따로 운동이랄 것도 없었다. 현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하루에 만 보는 그냥 넘어갔고, 짐을 들고 나르는 것 자체가 근력 운동이었다. 현장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따로 헬스장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그 생활이 끝나고 나니, 몸이 먼저 달라지기 시작했다.

건강검진 결과가 날아왔다

은퇴하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나자 바지 허리가 하나씩 맞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빨래를 잘못했나 싶었는데, 거울을 보니 배가 꽤 나와 있었다. 현장 다닐 때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됐던 부분이라 처음엔 그냥 웃어넘겼다. 그런데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결과가 나를 긴장시켰다. 60대 후반나이에 초기 당뇨 소견이 나왔던 것이다. 성인병과 혈압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도 들었다. 의사 선생님이 “운동을 꾸준히 하셔야 합니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생각보다 무겁게 들렸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몸 관리를 못 했다는 게 스스로도 좀 창피했다.

몸이 기억하는 운동, 복싱

막상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니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헬스장에 등록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동네 공원을 걸어볼까 생각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학창 시절 생각이 났다.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태권도를 약 6년 정도 했고, 군에 가서도 선수로도 뛰었었다. 태권도와 함께 복싱도 1년 넘게 배웠다. 당시엔 아침마다 도복을 입고 관원들과 함께 구령에 맞춰 품새를 익혔던 기억, 군에서 대련을 준비하며 얻어맞고 또 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났다. 그 시절 운동이 그냥 체력 단련이 아니라 일종의 생활이었다. 몸이 기억하는 운동, 재미있었던 운동,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 나를 끌어당겼던 운동이 복싱이었다.

오십 년 만에 체육관 문을 두드리다

복싱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먹고 동네 체육관 문을 두드린 게 불과 얼마 전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민망하기도 했다. 나이 지긋한 양반이 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줄넘기를 돌리고 있으니 말이다. 코치 선생님이 “처음이세요?”라고 물었을 때 “예전에 잠깐 해봤습니다”라고 대답하는데, 그 “잠깐”이 삼십 년도 넘은 이야기였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몸이 예전 감각을 기억하고 있었다. 잽을 뻗는 순서, 발의 위치, 호흡을 끊지 않는 리듬 같은 것들이 오래된 기억처럼 되살아났다.

땀을 빼고 나면 오후가 달라진다

하루 두 시간씩 운동을 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몸이 개운하다는 표현이 정확한 것 같다. 운동 전에는 무기력하게 앉아 있다가도, 체육관에서 땀을 빼고 나면 오후가 달라진다. 밥맛도 전보다 나아진 것 같고, 밤에 잠도 좀 더 깊이 자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은 배가 눈에 띄게 줄지는 않았지만, 혈당 수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나이 든 사람한테도 맞는 운동일까

복싱이 나이 든 사람한테도 맞는 운동이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주변에 계신다. 나도 전문가가 아니라 장담은 못 하지만,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유산소와 근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운동인 것 같다. 줄넘기로 심폐를 깨우고, 샌드백을 치면서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물론 관절이나 심장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의사 선생님과 먼저 상의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무작정 시작하기보다는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성인병 증세로 건강이 악화되던 순간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덕분에 젊었을 때의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시절 복싱 체육관의 냄새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가죽 글러브 냄새, 땀 냄새, 그리고 매트 냄새. 지금 다시 그 냄새를 맡으면서 운동하고 있다는 것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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