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 방어 자리돔

2013년 제주 서귀포의 00 호텔 리모델링 공사 중 취미로 찾은 모슬포의 맛

2013년 제주 서귀포 호텔 리모델링 공사는 내 건설 인생에서 손에 꼽히는 현장이다. 단순히 건물을 새로 올리는 신축이 아니라, 기존 건물의 뼈대만 남기고 모든 것을 새로 바꾸는 대규모 리모델링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그 현장에서 흘린 땀만큼, 퇴근 후 찾아간 모슬포항에서 맛본 방어와 자리돔의 기억도 진하게 남아있다. 모슬포 방어 자리돔의 맛은 지금도 생각하면 입안에 군침이 돈다.

리모델링 현장 — 도면보다 현장이 먼저다

리모델링 공사를 할 경우,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철거 현장을 보면서 많은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기존 건물의 낡은 도면과 새롭게 설치할 신설 도면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도면에는 비어있어야 할 공간에 거대한 기둥이 버티고 있기도 하고, 배관이 지나가야 할 자리를 콘크리트 보가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럴 때는 맞지도 않는 낡은 도면과 씨름하는 대신, 곧바로 줄자를 들고 현장으로 나서는 것이 맞다. 현장 구석구석을 직접 누비며 실측을 진행했다. 그렇게 얻은 정확한 현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공 상세도를 전면 수정했고, 장애물을 피해 배관 경로를 우회시키고 좁은 틈새를 1cm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도면을 수정 보완했다. 현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시공 상세도가 완성된 후에야, 비로소 안전하고 정확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 현장은 신축보다 훨씬 변수가 많다. 철거를 해보기 전까지는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숨겨진 배관이 나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구조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리모델링 현장 소장은 신축 현장 소장보다 더 많은 경험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도면대로 안 되는 상황을 즉석에서 해결하는 능력, 그것이 리모델링 공사의 핵심이다. 제주 서귀포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연달아 터졌지만, 그때마다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해결책을 찾아냈다. 그렇게 버텨낸 덕분에 공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그 성취감은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

모슬포 방어 자리돔 — 남풍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의 맛

현장에서 시공 상세도를 수정하며 쌓인 피로감을 녹여주던 곳은 바로 모슬포항이었다. 모슬포항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다. 바다 위 칼바람도 무섭지만, 바닷물 밑의 조류가 엄청나게 세기로 이름이 높다. 거친 물살을 이겨내며 헤엄치다 보니 뼈가 억세게 발달하고, 고기의 육질이 아주 단단하고 쫄깃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제주도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주말이면 동료들과 모슬포항을 자주 찾았다. 처음에는 그냥 바람이나 쐬러 간다는 생각이었는데, 항구 근처 횟집에서 처음 맛본 방어회 한 점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차가운 겨울 바다를 견디며 몸속에 기름기를 가득 채운 방어는, 입안에서 살살 녹으면서도 씹히는 맛이 있었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 먹던 방어와는 차원이 달랐다. 모슬포 방어는 살이 두툼하면서도 기름기가 적당히 배어 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왔다.

미식가들을 사로잡는 모슬포 방어와 자리돔

11월부터 이듬해 2월, 한라산에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일 때면 모슬포항은 방어의 천국이 된다. 차가운 바다를 견디며 몸속에 가득 채운 기름기는 고소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제주 현지에서 먹는 겨울 방어는 다른 지역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님을 그때 알았다.

모슬포 방어 자리돔 중 자리돔도 빠질 수 없다. 거친 환경 탓에 씨알이 굵고 뼈가 억센 모슬포 자리돔은 구이나 조림으로 요리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굵은소금을 툭툭 뿌려 숯불에 구워내는 자리구이는 냄새부터가 예술이다. 불길에 녹아내린 기름기가 배어 나오는 머리 부분을 씹을 때의 고소함은, 현장에서의 고단함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세꼬시 또한 오독오독 씹히는 강렬한 식감 뒤에 찾아오는 깊은 고소함은 제주의 참맛 그 자체였다. 자리돔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 막걸리 한 잔과 함께하던 그 저녁은, 그 어떤 고급 식당 저녁보다 맛있었다.

현장의 땀방울과 모슬포의 맛이 함께 기억되는 이유

벌써 13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모슬포 방파제에서 동료들과 낚시로 낚아 올린 자리돔으로 회식을 하던 고소한 맛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리모델링 현장에서 낡은 뼈대 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으려면,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도면을 유연하게 수정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제주 현장은 참 힘들었다. 낯선 땅에서, 낯선 기후와 씨름하며, 예상치 못한 변수를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힘든 시간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 모슬포항을 찾아 방어와 자리돔을 나눠 먹던 그 순간들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공사 현장의 땀 냄새와, 모슬포 방파제에서 동료들과 나눠 먹던 모슬포 방어 자리돔 구이의 고소한 냄새가 함께 겹쳐 떠오른다. 그 시절 현장에서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이 새삼 그리워지는 밤이다. 모슬포 방어 자리돔을 안주 삼아 동료들과 나누던 그 소박한 저녁이, 40년 건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