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신설동 포장마차의 샌드위치를 먹으며 설비기사의 꿈을 키웠다
1989년 여름, 땀 냄새 밴 작업복과 길거리 샌드위치
1989년의 여름을 생각하면 지금도 코끝에 땀 냄새와 매연 냄새가 스쳐 지나갑니다. 당시 저는 설비기사로 일 한 지는 몇 년이 되었지만 이론이 부족해 늘 이론공부에 대한 갈증이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전문건설회사로 자리를 옮기며, 기계설비라는 전문 분야의 기술을 이론과 실기를 체계적으로 배워서 현장에서 설계도서를 검토하여 부하계산을 확인하고 보다 정확한 공사를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여름날의 현장 일과 시간은 보통 오후 6시에 끝납니다. 현장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대충 씻고 허겁지겁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제가 부랴부랴 향한 곳은 바로 신설동에 위치한 기계설비 학원이었습니다.
저녁을 제대로 차려 먹을 시간은 사치였습니다. 학원에 들어가기 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샌드위치 하나로 대충 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퍽퍽한 빵조각을 씹으며 바라보던 신설동의 어스름한 저녁 풍경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제 가슴속에 아주 깊이 남아있습니다.
낮에는 건물의 혈관을 잇는 공사, 밤에는 책을 통하여 이론을 배우다
기계설비란 쉽게 말해 건물의 혈관과 허파를 만드는 아주 중요한 작업입니다. 깨끗한 물이 들어오고 더러운 물이 내보내는 배관을 연결하고, 건물 전체에 맑은 공기가 돌게 하는 일입니다.
학원 강의는 밤 10시까지 과목당 40분 배우고 5분 쉬는 시간표로 하루 4과목을 수강합니다. 하루 종일 거친 현장에서 무거운 쇳덩어리, 배관과 씨름하고 나면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졸음을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참아냈습니다.
눈으로만 보는 도면(설계도)과 직접 손으로 만지는 실무는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하나로 완벽하게 합치고 싶었습니다. 낮에 현장에서 직접 파이프를 연결하고 밸브를 조작하며 부딪혔던 문제점들을 머릿속에 꼼꼼히 담아두었습니다. 그리고 밤에 학원 책상에 앉아 그 문제들을 이론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는지 파고들었습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귀가하면 항상 밤 11시가 넘었습니다. 쓰러지듯 잠들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 현장으로 출근하는 강행군이었습니다. 저는 전문 기계설비를 완벽하게 통달하기 위해 이런 생활을 무려 1년 동안 거의 빠짐없이 다녔습니다.
3억 3천만 원의 작은 회사, 500억 원의 매출회사로 키우다
지독한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습니다. 밤에 배운 지식들을 다음 날 아침 현장에서 바로바로 접목시키며 저만의 기술로 만들었습니다. 이론과 실기가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하나로 맞춰지는 순간, 제 기술력은 한 층 더 높게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현장의 작업자들은 저를 가리켜 기계설비에 대해서는 설비 박사라고 불렀습니다. 복잡하고 어설프게 설계된 도면의 오류를 척척 짚어내고 가장 정확한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장의 경험은 아주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냈습니다. 제가 초창기에 입사했던 우리 회사는 처음 전문기계설비 면허를 냈을 때만 해도 연 매출이 고작 3억 3천만 원에 불과한 아주 작은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낮에는 현장을 누비고 밤에는 도면을 파고들었던 저의 땀방울, 그리고 모든 직원들의 하나 된 노력 덕분에 우리 회사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불과 15년 만에, 우리는 연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하는 거대한 전문건설회사로 우뚝 섰습니다.
그 시절 신설동 길거리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삼켰던 피로와 땀방울은 제 인생뿐만 아니라, 회사를 500억 규모로 키워낸 가장 튼튼한 뼈대가 되었습니다.
후배 설비 기술자들을 위한 3가지 조언
작은 회사에서 시작해 500억 매출의 임원이 되기까지, 흙먼지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후배 기술자들에게 선배로서 이 3가지를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현장의 실무와 이론 둘 다 중요합니다. 다양한 실전경험과 정확한 이론을 겸비했을 때 회사를 키우는 노하우가 되고 안전도 지킬 수 있습니다.
막간의 자투리 시간도 중요합니다. 길거리 포장마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배웠던 그 짧은 시간의 간절함이 훗날 기술의 깊이와 현장관리자의 노하우로 이론이 부족한 현장 기술자들에게 전수할 수 있습니다.
현재 회사의 규모가 작다고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3억짜리 회사가 500억이 된 것처럼, 여러분의 뼈 깎는 고생이 훗날 성공의 주춧돌이 됩니다.





